<오스트리아 후기>
이번에도 빈 외곽으로 한 번 떠나봅시다.
저희 동네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슈넬반을
타고 니더외스터라이히 지방에 있는 조그마한
도시를 방문해 볼 예정인데요.
약 30분 정도 슈넬반을 타고
뫼들링(Mödling)이란 역에서 내립니다.
이 동네는 빈에서 상당히 가까운데
여태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살면서 신기하게도
딱 한 번밖에 이전에 안 와봤네요 ㅎㅎ
(가까울수록 무심해진다고 해야 할지)
우선 역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시내로 이어지는 차로가 보이는데요.
옆 인도로 따라가 봅시다
소도시 중에 하나인 '뫼들링'은 오스트리아에서
작지만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중에 하나입니다. 대략 기원전 6000년부터
사람이 거주하였던 흔적으로 당시의 토기,
무덤 등의 신석기 유물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뫼들링'이란 도시명은 고 슬라브어인
메들리하(mediliha)라는 '작은 계곡'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카를 대제'가
9세기경 훈족과 슬라브 계열의 유목민인
아바르 부족들을 몰아내고 본인이
직접 건국한 지역인데요. 이때부터 이 도시가
뫼들링으로 불리며 성당 건축을
비롯하여 본격적인 '기독교화'가 시작되지요.
어쨌든 인도를 따라서 가다 보면
'바이젠하우스(Waisenhaus)'라는 이름의
작은 성당이 보입니다. '고아원'이란 의미를
가진 이 성당은 건물 뒤편에 19세기
'하이틀(Josef Hytrl)'이란 오스트리아에서
유명한 해부학자의 재산을 기부하면서
지은 고아원이 있는데요. 아마 뫼들링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물 중에 하나일 겁니다.
.
현재 저 고아원(Waisenhaus)은 본래의
목적을 버리고 디자인 전문 중·고등학교로
이용된다고 합니다. 그럼 여길 지나
계속 갈 길을 가 보도록 합시다.
대로 옆 인도를 따라서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뫼들링 시내로 들어가는
도입부가 나옵니다. 도시 자체는 상당히
한적한데 오늘따라 무슨 날인지
유난히 차가 많아서 옆이 좀 시끄러웠습니다.
이렇게 도입부에서 들어가다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려주면
뫼들링 시립 민속사 박물관이 보입니다.
'뫼들링'이란 도시는 긴 역사 외에도
베토벤이 여름마다 자주 찾았던
휴양지였는데요. 19세기 당시 베토벤이
즐겨 찾던 맛집(?)들이 이 뫼들링에
즐비하였다고 합니다. 베토벤과 더불어
오스트리아 현대음악 대가 중에
한 명인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도
여기서 청년시절을 보냈다고 하네요.
그렇게 계속 가다 보면 시내로
이어지는 길이 보입니다.
어디에나 있는 페스트 기념비를 지나고 나면
뫼들링의 주거리(Hauptstraße)의
입구가 나옵니다.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뫼들링
'주민센터(Standesamt)'인데요.
마치 외관이 성당처럼 생겨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성당으로
(저를 포함해서) 착각합니다.
주민센터 앞과 옆으로
뫼들링의 시내 광장이 보입니다.
이 광장을 돌아다니기 전에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이 있는데
우선 주민센터 옆 골목길로 들어서서
조그마한 언덕길로 올라가다 보면
저 앞에서 무슨 건축물이 나오는데
바로 뫼들링의 랜드마크인
'성 오트마 성당 (Pfarrkirche St. Othmar)'의
정면이 나옵니다. 15세기 중반에 바로크
건축양식으로 세워진 이 성당은 보기에는 그냥
허름한 동네 시골 성당 같지만 16세기
'비오 2세 (Pius II)' 교황이 바티칸에
들어가기 전에 재직하였던 성당입니다.
이렇게 성당 앞마당으로 들어서서
성당 정문을 통해 내부로
한번 들어가 봅시다.
한때 오스만 튀르크에 침공으로
파괴되었던 이 성당은 16세기 중반에
바로크 양식으로 재 건축되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베토벤 역시 이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를 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성당을 다시 빠져나오면 정면에
납골당이 보이는데 약 12세기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바벤베르크 (오스트리아
선조)의 '하인리히 백작(Heinrich der Ältere)'을
기리는 예배당이자 납골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방금 전 뫼들링 주 거리의
광장으로 돌아와서 시내를 돌아봅시다.
이렇게 광장에서 시내로 들어서면
특유의 오스트리아식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느낌상
'바덴바이빈' 지역구랑 비슷합니다.
2021.08.03 - [오스트리아 일상기/장소리뷰] - <오스트리아 후기> Baden bei Wien / 바덴바이빈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첨부한 링크로
들어가 비교해보면 좋을 듯 싶네요 ㅎㅎ
어쨌든 계속 뫼들링 시내에서
앞으로 가다 보면
오트마 성당과 마찬가지로
15세기에 양로원 및 빈민 구호소 역할로
지어진 슈피탈성당 (Spitalkirche)이 보입니다.
그럼 성당의 옆길로 빠져서
직진해 보도록 합시다.
계속 가다 보면 성당 옆길은
또다시 차로로 이어지는데요.
이 차로 전방에 무슨 붉은색
다리 같은 것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다리가 아니라
다리 형식의 '용수로(Aquädukt)'가
나오는데요.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상수도 개발이 완료되면서 지어진
이 용수로는 190미터 높이로 뫼들링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에 하나이지요.
용수로를 지나서 가면 다른
동네로 이어지니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 봅시다. 참고로
뫼들링은 비너발트 산맥의
일부인 산들로도 둘러싸여 있기에
등산객들한테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오스트리아내에선 꽤 있는 편이지요.
용수로에서 돌아와서 아까 슈피탈성당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봅시다.
그렇게 골목 사이로 지나가다 보면
골목이 다시 한번 뫼들링 광장으로 이어집니다.
신기하게도 이 광장에는 긴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들이 위치해 있는데요.
150년 전통의 음식점을 비롯하여
200년이 넘는 진저브레드 빵집이
있습니다. 아마 위 사진에 나온 빵집은
베토벤도 들려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ㅎㅎ
아마 뫼들링에서 볼만한 것들은
웬만큼 다 본 것 같으니 다시
슈넬반역으로 돌아가 볼 텐데요.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지 않고
이번에는 골목 사이로 가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아담한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슈넬반역이 있는 도로로
다시 이어지게 되지요.
글을 마치며..
인구 2만의 작은 도시인 '뫼들링'은
풍채로는 바덴바이빈 지역구와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주 거리와 메인광장 기준으로
대략 2시간 정도면 뫼들링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충분히 즐길 수가 있는데요.
제가 본 명소들 외에 뫼들링은 또한
산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르는 길도
굉장히 잘 포장되어 있어서 등산객들에게도
손꼽히는 등산로가 있다고 하니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등산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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