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후기>
점점 날씨가 꽤 쌀쌀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더위가 지나가니 한결 생활하기가
수월해졌는데요. 얼마 있으면 비엔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이 시작되니 올해는 또
얼마나 예쁠지 기대가 됩니다.
온도도 적당하겠다 걷기에 문제없겠으니
빈 외곽으로 이번에도 슈넬반을 타고 가서
하차한 장소는 '비너 노이슈타트
(Wiener Neustadt)'라는 도시인데요.
니더외스터라이히 지방에 있는
인구 4만6천 명의 이 도시는 오스트리아
전체에서도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도시입니다.
그렇지만 규모에 걸맞지 않게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관광지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지요.
12세기 대공 레오폴드 5세 (Leopold V)가
공방전을 위하여 새롭게 '방어기지'의 목적으로
설립된 이 도시는 잉글랜드의 왕 '리처드
르웬허츠 (Richard Löwenherz)'가 바벤베르크
(오스트리아 선조) 사람들에게 인질로
잡혀있을 때 몸값으로 받은 은화로
건국되었다고 합니다.
'비너 노이슈타트'라는 도시명을
직역하면 '비엔나 신도시'라는 뜻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수도 빈이랑 무슨
깊은 연관이 있나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요.
12세기 당시 독어권 나라에는
'노이슈타트'라는 이름의 도시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이런 명칭의
중복을 피하고자 레오폴드 5세는
새롭게 설립된 공방 도시에
아무 이유 없이 수도 '빈'의 이름을
앞에다가 단지 갖다 붙인 거지요.
(마치 '인천 국제공항'이 서울에 있지 않아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 공항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하여 '서울-인천 국제공항'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시내 도입부에서 왼쪽 길로 빠져주면 명색이
'공방 도시'라 12세기 때 벽돌로
지은 장벽이 보입니다.
뭐 900년이 지난 지금이라 상당 부분
훼손이 된 것 같더군요.
장벽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마을로 이어지고
다시 마을을 통과하여 반대쪽으로 가보면
12세기 도시가 건립되면서 지어진
'황궁(Kaiserliche Burg)'이었으나 18세기 중반
테레지아 대군주에 의하여 이 황궁은
본인 이름을 빌려 오스트리아 제국 전용
'테레지아 사관학교 (Theresianische
Militärakademie)'로 탈바꿈을 합니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에 하나이지요.
현재도 사관학교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외부인들이 입장하려면 아마 입장권을 사야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으니
그냥 입구에서 지나가 줍시다.
사관학교를 지나니 저 앞에
무슨 등대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한 번 가봅시다.
가까이 가보니 등대가 아니라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급수탑 (Wasserturm)'이 나오는데
20세기 극 초반에 건축된 이 급수탑은
당시 오스트리아 첨단 산업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급수탑 옆 도시공원을
가로질러 다시 마을로 들어가 봅시다.
공원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덧 이 도시의
메인 거리로 이어지는 길이 나오는데
그렇게 길을 따라가니 저 앞에서
이 도시의 광장 입구가 보이네요.
확실히 광장이라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돼서
그런지 길바닥 하나는 때깔나게 닦았네요 ㅎㅎ
광장에는 위 사진처럼 '마리아 기둥 (Mariensäule)'이
세워져 있는데 17세기 후반 레오폴드 1세 황제의
누나와 여동생이 독일 군주들과의 혼인을
이 도시에서 거행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지었다고 하네요.
남의 집 결혼에는 관심 없으니 지나가 줍시다.
그럼 돌기둥 옆에 있는 방향으로
광장을 가로질러 가봅시다.
이렇게 광장 옆길로 들어서서
계속 앞으로 가다 보면
골목 끝에서 무슨 성당이 보이는데
바로 '비너 노이슈타트 돔 성당
(Dom von Wiener Neustadt)'이 나오는데
이 성당이 이 도시의 랜드마크이지요.
13세기 중후반 로마네스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당시 성당의 몸통이
'태양이 떠오르는 곳'을 향하며 지어졌는데요.
추측으로는 착공할 당시 '대공 레오폴드 5세'가
신성로마제국 왕인 '하인리히 6세'로부터
'슈타이어마크 (Steiermark)'란 영토를
수여받은지라 '슈타이어마크' 지방의 합병을
기념하기 위해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으로 성당을 지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성당 내부로 한번 들어가 봤더니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저를 빤히 쳐다보시길래
저도 계속 쳐다보았더니 할아버지가 몹시
뻘쭘하셨는지 고개를 먼저 돌리셨습니다.
그렇게 눈싸움(?)을 이긴 후 알지 모를
우월감에 휩싸여 당당히 성당을 걸어 나와
본체 옆으로 지나가 봅시다.
참고로 성당 옆면은 고딕 건축양식으로도
지어졌다고 하네요.
그렇게 성당 옆을 지나고 나면
당시 성당 교구장의 관저가 있는 입구가
나오는데 여기는 들어가서 딱히
볼 것이 없으니 그냥 지나가 줍시다.
그렇게 옆으로 지나가면
'성 베드로 안 데어 슈페어
(St. Peter an der Sperr)'란
850년 된 수도원 성당이 나오고
그리고 이 성당 및 도시 관련한
박물관도 보입니다.
그럼 여기를 지나서 이 도시에서
상당히 유명한 성당 하나를 더 보러 가봅시다.
그렇게 5분 정도 걷다 보면 위 사진처럼
'노이클로스터 (Neukloster)'라는 수도원 성당이
나오는데 15세기 때 황제 '프리드리히 3세
(Friedrich III)'에 의하여 지어진 이 성당은
겉보기에는 그다지 화려한 것은 없지만
성당 내부가 상당히 화려합니다. 제단과
장식품들이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실제로 보면 더 웅장하고 화려한데요. 유일하게
외부보다 내부가 더 멋있는 성당으로 유명하지요.
그럼 성당에서 빠져나와서 지나갔던
메인 거리를 끝까지 한번 직진으로 가봅시다.
이렇게 길도 건너서
점점 들어서서 계속 직진해보면
메인 도로가 점점 아담해지면서
앞에 조그마한 성당이 보이는데
저 성당이 바로 메인 거리의 끝을 알립니다.
그럼 이 도시에서 볼만한 것들은 어느 정도
다 본 것 같으니 다시 역으로 돌아가 봅시다.
글을 마치며..
시간 제약상 주로 거리나 건축물 위주로
사진을 올렸지만 이런 성당이나 거리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역사, 예술 박물관들도
위치해 있고 낙수가 있는 등산길들도
마련되어 있으니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비너 노이슈타트'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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