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후기>
원래 날씨만 좋았으면 오늘 저만의
다른 계획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무산되었네요.
보슬비가 내리고 흐릿한 날씨에는 원래
집에서 커피 한 잔을 때리며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 최고이기는 하지만
즉흥적으로 어딘가 가기로 정했습니다.
오늘 무작정 가볼 곳은
'슈테언바르테파크(Sternwartepark)'
우리말로 '빈 천문대 공원'인데요.
참고로 여기는 공원 규모가 상당히 작고
널찍하지가 않아서 저 개인적으로는
그냥 '산책로'로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 오고 날씨가 흐릴 때
산책하기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한번 가보도록 합시다.
버스를 한 7-8 정거장 타고 가서
'Gregor-Mendel-Straße'라는 역에서
하차하면 빈 18구에 도착합니다.
이 동네도 여러 아담한 공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버스정거장 바로 정면으로 보이는
저 공원도 제가 자주 갔던
공원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구린 관계로 저 공원은
다음에 가보도록 하지요
정거장에서 내려 옆에 보이는
이 사거리에서 우선 왼쪽으로 꺾어주고
조금만 직진하다 보면 저 앞에
뭔 국기가 펄럭이는 게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우리나라
'대사 및 영사관'이 나옵니다.
(이 동네가 또한 여러 외교공관들이
위치해 있는 걸로도 유명하지요)
타지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며
떨어진 국뽕(?)을 다시 채우고
방금 전 사거리로 돌아가
이번에는 위쪽으로 가줍시다.
올라가다가 저 앞 왼편에 있는
건물 쪽으로 들어가 줍시다.
들어가 주면 마을이 나오는데
아기자기하면서 꽤 예쁩니다.
저 개인적으로 흐린 날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하고요 ㅎㅎ
계속 직진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외교공관 가족들이 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아마 이 동네가 다른 장소보다
공관도 가깝고 치안도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만 가주다 보면 오른쪽에
뭔 붉은 벽돌로 지어진 벽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천문대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벽입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주면
공원 남쪽 입구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공원을 마주 보고 있는
미국 대사관이 나오네요.
대사관이 있어서 그런지 이 공원에서
산책하는 미국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우리도 그럼 공원 내부로
들어가 줍시다.
공원 내부로 들어오면 위 사진처럼
모든 길들이 좁은 '오솔길'로 돼있는데요
아까 제가 여기는 '공원'보다는
'산책로'로 불러야 된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길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면적으로 이 공원은 약 60만m²로
다른 공원에 비해서 무지막지하게
작은 것은 아니지만 '다닐 수 있는 길'이
제한되어 있어서 상당히 작다고 느껴집니다.
('산책로'로 불러야 되는 이유 2)
이 공원에 빈 대학교 천문학과의
'천문대'가 19세기 후반에 세워지면서
'천문대 공원'으로 명명되었는데요.
그리고 곧이어 이 장소에 빈 대학교 소속
'동/식물학 기관' 또한 천문대 주위로 만듭니다.
원래 빈 대학교의 연구지나 마찬가지였던
이 공원은 1970년대 초반까지 녹지대였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 100가지 종류가 넘는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이 녹지대를
빈 시에서 개발을 한다고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기 시작하자 환경을
파괴한다며 이웃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데요.
이는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고
70년대 중반에 개발공사가 중단되지요.
그리고 빈 시는 공원을 개발하는 대신
몇 군데 '산책로'를 만들고
주민들한테 개방을 합니다.
그래서 다닐 수 있는 길들이 제한돼있는
이유가 바로 주변이 아직까지 식물들을
연구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원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면
위 사진처럼 계단이 나오는데
계단까지 올라가 주면 저 앞에서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빈 대학교 '천문대(Sternwarte)'
건물 (후문)이 나옵니다.
이 천문대도 약 140년 전통이 있는데요.
유럽에서 가장 큰 천문대 중에 하나입니다.
당연히 연구원과 학생들만 천문대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우리는
저 옆으로 비껴가 줍시다.
나무에 표시되어 있는 길로 직진해 주면
여기가 '숲 속인지 공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오솔길이 온갖 식물들로 우거져있는데요
그렇게 넋 놓고 평평한
오솔길만 따라 걸어가 주면
이런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저는
오른쪽으로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어느 길로 가던지 큰 원을 그리며
길들이 이어 저 있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앞에서 또 무슨 건물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봐주면
천문대 정문이 나옵니다. 보수공사를
하는 계기로 자세히 보기는 불가능하네요...
천문대 정문에서 한 바퀴 돌고
아까 그 세 갈래 길에서
이번에는 직진해 줍시다.
점점 길이 공원 북쪽으로 향합니다.
대낮에 공원에서 조깅하는
미국 사람들을 지나
이렇게 새소리와 나뭇잎
향기를 맡으며 걸어가 주면
어느덧 공원 북쪽 출입구에 다다릅니다.
뭐 볼 건 다 본 것 같으니 아까의
버스정거장 쪽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네요.
글을 마치며..
이 공원의 7-80%는 자연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다닐 수 있는 길로 40분 정도 걷다 보면
공원 한 바퀴는 돕니다.
물론 원래의 계획이 날씨 때문에 무산되어
이 공원으로 무작정 온 거지만
온통 길이 나무로 우거져있고
거의 모든 길이 평평하기에
'산책로'로만 봤을 때 다른 공원에 비해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단풍 진 가을이나 이슬비 내리는
흐린 날 가볍게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공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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