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후기>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정원(Schlosspark)은
총 3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엔나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방문지 우선 순위로 뽑히는
'쇤부른 궁전 정원 (Schönbrunn Schlosspark)'과
'벨베데레 궁 정원 (Belvedere Schlosspark)'
이 두 정원 외에도 한 가지 정원이 더 있는데
아마 관광객들에게는 그렇게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비엔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원으로 항상 선정됩니다.
버스를 저희 동네에서 15분 정도 타고 가서
위 사진에서 보이는 장소에서 하차해 줍시다.
우선 오늘의 목적지로 가기 전에
한 군데 먼저 들려볼 텐데요. 버스 정거장에서
보도를 따라서 앞으로 일단 가 봅시다.
그렇게 가다 보면 왼편으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소년 합창단인
'빈 소년 합창단 (Wiener Sängerknaben)'의
기숙사 및 연습실의 입구가 나옵니다.
500년이 넘는 전통을 넘어 '슈베르트, 하이든'과
같이 빈을 대표하는 작곡가들 또한
이 소년 합창단에서 활동을 했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안타깝게도
기숙사로 들어가는 문이 폐쇄가 되어 있는데
13세 미만의 어린 남자아이들이 생활하고
기숙하는 장소이기에 외부인에게는
출입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현재의 합창단 기숙사는 원래
18세기에 지어지고 요세프 2세 황제의
관저(Palais)로 쓰였는데요. 이 관저에서
'아침 공연(Morgenkonzerte)'이라는 이름으로
18세기 후반부터 다양한 음악가의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이게 말이 '아침'이지 군대 뺨치는
스케줄로 새벽 6시부터 연주를 했기에 많은
음악가들에게 쥐약으로 작용하는데요.
첫 번째 희생양(?)으로 가여운
모차르트가 선정되어 공연의 기획 및 지휘를
맡았는데 뭔 놈의 공연을 아침 6시부터 하냐고
자기 아버지에게 한탄의 편지를 썼다는 설로
'음악가 잡는 공연'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관객도 잡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쨌든 기숙사는 못 들어가니
옆에 있는 길로 가보면 현재
합창단의 전용 연주회장이 나옵니다.
그럼 합창단 기숙사에서 벗어나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오늘의 원래 목적지인
'아우가르텐(Augarten)'로 향해줍시다.
이렇게 정원 입구로 들어서면 저 앞에
빨간 지붕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 봅시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면 한 때 황제의
별장으로 쓰였지만 현재
'도예품 박물관 (Porzellanmuseum)'으로
사용되는데요. 이 안에 300년 전부터
오스트리아 황실이 사용했던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실의
도예품을 만들었던 전통을 이어받아
'아우가르텐(Augarten)'이란 이름의 도예 제조
업체로 거듭났는데요. 현재 이 제조소는
대중들에게 유명한 상표이기도 하지요.
우선 들어가면 입장권을 파는
카운터 주위로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과거 황실이 직접 사용했던 그릇들을
이 제조소가 본떠서 새로 만들었다 하고
직접 이 박물관에서 판매합니다.
그리고 아우가르텐이란 도자기 제조소가 만든
도예품들 외에도 당시 황실의 그릇들이 전시되어
있고 입장권을 사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데
남의 집 밥그릇을 굳이 구차하게
내 돈 내면서 보고 싶지는 않으니
다시 나가줍시다.
그렇게 박물관에서 벗어나서
박물관 건물과 이어진 옆 입구로 들어서면
아우가르텐 정원 내부가 나옵니다.
이 정원 같은 경우 17세기 초반
오스트리아의 대공 '마티아스 (Matthias)'가
본인의 사냥터로 이용하기 위해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아우가르텐의 '아우(Au)'라는 말은 원래
오스트리아 독일어로 '강이 흐르는 녹지대'라는
뜻인데 도나우 강과 인접해
있기에 붙은 명칭이지요.
그리고 17세기 중반이 돼서야
'레오폴드 1세 (Leopold I)'가 사냥터로
이용되었던 이 토지를 황실의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하지만, 17세기 후반에 있었던
오스만 튀르크의 침공으로 졸지에 폐허가 됩니다.
오스만 군대가 물러가고 재건축에 들어간
이 토지는 비로소 18세기 초반 '요세프 1세
(Joseph I)' 대군주가 현재 도자기
박물관으로 쓰이는 본인의 별장을 지으면서
정원사들을 고용하여 네덜란드 풍의 화원으로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황제 전용 화원이라 황실 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지만 18세기 요제프 2세 황제의
관저(현 빈 소년 합창단 숙소)가 지어지면서
다양한 고위 계층들에게도 개방이 됩니다.
이 정원에는 참고로 오스트리아
근·현대 역사의 건축물들이 있는데,
위 사진처럼 2차 세계 대전 당시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공포탑(Flakturm)'이
이 공원을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로 남아 있지요.
날씨가 좋은 관계로 시민들이
나와서 여가 활동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온도도 점점 내려가고 가을이 다가오니
우거진 나무들의 이파리들이
단풍 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산책하다 보면 정원 곳곳에
세워져 있는 기념비들도 나오고
또 계속해서 평평한 길을 따라
넋 놓고 걷다 보면
어느덧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으니
이만 다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약 52 헥타르 면적의 아우가르텐 정원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면 이상하게도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이보다 훨씬 넓고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는데요.
늘 사람들로 붐비는 쇤부른, 벨베데레
정원들과는 반대로 모든 산책로가 평탄하고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만약 조용하고 비엔나만의 정숙한
정원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우선순위로 방문해야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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