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를 배울 때 가장 처음 접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부분을 차지하는 주제는 바로 '관사 (Artikel)'일 겁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대부분의 인도유럽어들은 명사(Nomen) 앞에 이러한 '관사'가 붙는데 영어로 치면 'the, a, an'일 테고 독일어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본적인 관사의 외형적인 형태만 12가지가 존재하기에 'the, a, an' 3가지 형태뿐인 영어와 비교할 시 대략 4배에 가까운 관사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요. 영어에는 없는 '명사의 성(Genus)'이 존재하고 이러한 명사의 성은 남성형(Maskulinum), 여성형(Femininum), 중성형 (Neutrum)로 나뉘게 됩니다. 이 외에도 격(Kasus)에 따라 관사의 모양이 변화하기에 독일어 입문자가 처음 배우기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요. 솔직히 이러한 '명사의 성', '격에 따른 변화'는 암기만 잘한다면 별 문제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 왜 관사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에는 순 암기만으로는 불가능하지요. 우선 우리가 처음 독일어를 처음 배울 때 '관사의 목적과 활용'은 주로 다음과 같이 열거하는데요:
I. 특정성 (Bestimmtheit)
(1) Minsu ist der / ein Freund von Chulsoo.
(민수는 철수의 특정한 / 일반적인 친구다)
(1)번 문장에서 정관사 'der'는 'Freund (친구)'란 명사를 특정적인 인물로 만들어 주는데요. 해석을 한다면 '특정된 그 친구'로 가능하고 이에 반해 부정관사인 'ein'은 'Freund(친구)'란 명사를 일반적인 인물로, 즉 '여러 친구들 중 한 명'으로 해석하게 만들지요.
II. 선제적 언급 (Vorerwähnung)
(2) Es war einmal ein König. Der König herrschte über die Welt.
(옛날 옛적에 어떤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세계를 다스렸다)
(2)번 문장에서 'König (왕)'이라는 단어는 두 번 등장하는데요. 첫 번째 'König'은 부정관사 'ein'과 등장하므로 불특정한 '어떤 왕'으로 해석이되고, 두 번째 'König'은 이미 앞 문장에서 언급이 되었고 동일 인물이기에 정관사 'der'가 붙게 되면서 '그 왕'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III. 유일성 (Einzigartigkeit)
(3) Der Eiffelturm liegt in Frankreich.
(에펠탑은 프랑스에 있다)
(3)번 문장에서 'Eiffelturm (에펠탑)'이란 명사 앞에는 무조건 정관사 'der'만이 붙을 수가 있는데, '에펠탑'이란 건축물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기에 부정관사 'ein'은 올 수가 없습니다.
IV. 날짜/ 특정 국가명/ 최상급 (Datum/ Bestimmte Ländernamen/ Superlative)
(4) Heute ist der fünfundzwanzigste Dezember und ich fliege deshalb in die Schweiz mit dem besten Flugzeug.
(오늘은 12월 25일이니까, 난 제일 좋은 비행기로 스위스에 간다)
특정한 날짜나 'Schweiz (스위스), 'USA (미국)'과 같은 특정 국가들은 (4)번 문장처럼 단어 앞에 무조건 '정관사'가 붙게 되고, '제일, 최고'등의 최상급'을 표현할 때에도 독일어에서는 무조건 '정관사'가 필요하지요.
위에서 언급한 4가지 '특정성, 선제적 언급, 유일성, 날짜/국가명/최상급'은 아마 독일어 관사의 용도를 구성하는 요소들중 기본일 텐데요. 독일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만 하는 내용이고 처음 배웠더라도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어서 이해하기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독일어의 관사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용도로 쓰이는데, 지금 다루려는 마지막 관사의 용도는 한국인이라면 매우 까다롭게 여기는 '보편성'이라는 요소이고 한국말로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우리말로 출판된 '독일어 문법 및 회화책'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 겁니다.
V. 보편성 (Generizität)
'개는 동물이다'
일단 윗 문장을 완벽하게 일치한 독일어 문장으로 번역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독일어의 관사 때문인데요. '명사의 보편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우리말은 '관사' 대신에 '-은, -는'과 같은 '조사'라는 품사를 사용하기에 오히려 비슷한 '관사'를 사용하는 영어권 사람들이라면 이해하기가 조금 수월 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독일어로 보면 다음 중 하나로 번역할 수 있는데:
(5-1) Der Hund ist ein Tier.
(5-2) Ein Hund ist ein Tier.
(5-3) Hunde sind ein Tier.
(5-4) Hunde sind Tiere.
일단 위에 열거된 독일어 문장은 모두 '개는 동물이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여기서의 정관사 'der'와 부정관사 'ein'은 이전에 언급된 관사의 용도와는 완전히 무관한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두 개의 관사는 모두 'Hund (개)' 또는 'Tier (동물)'이라는 어떠한 생명체의 '종류 (Gattung)'를 보편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느 특정한 개는 동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일반적인 모든 개는 동물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5-1)에서 (5-4) 번까지의 문장 모두 독일어에서는 상황과 문맥에 별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아주 미세하고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지요. (5-1) 번의 'Der Hund'와 (5-2) 번의 'Ein Hund'는 다른 비교 할 대상들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용도가 '매우 조금' 달라질 수 있는데, 만약 '개, 자동차, 건물, 나무' 이렇게 다른 네 가지 종류들을 동시에 비교할 시 그중 '개'라는 대상만을 골라서 '개는 동물이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가지는 동물이 아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면 (5-1) 번 문장의 'Der Hund'를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5-3) 번과 (5-4) 번 문장의 'Hunde'라는 복수형은 (5-1) 번 문장의 'Der Hund'와 일맥상통하기에 (5-1)번 문장을 대체할 수도 있지요. 만약 동시에 비교할 다른 대상이 없고 '개'라는 종류만을 묘사하고 싶다면 (5-2) 번 문장의 'Ein Hund'를 쓰는 것이 매우 미세하지만 조금 더 적절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우리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에 존재하지도 않는 독일어의 특성을 우리말로 설명하고 알아듣기에는 무리가 많기 때문에 그냥 "이런 다양한 표현들이 있구나"정도로만 이해하면 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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