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어 역시 수천 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다양한 언어적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학문적으로 독일어는 대략 3000년의 역사를 지닌 언어로 인도 유럽계 언어들 중에서도 상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영어, 네덜란드어, 스웨덴어' 등 대략 10개의 다른 언어들과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들 10개의 언어들은 모두 '인도 유럽계 게르만어(Germanische Sprachen)'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인데요, 언어의 뿌리는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때 '게르만어'이었던 언어들은 (사어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존재하는 10개의 다른 언어들로 파생되었지요. 그럼 이렇게 파생된 게르만 언어들 중 독일어는 과연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를 한 번 가볍게 알아보도록 합시다.
1차 음운 변화와 게르만어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독일어, 영어, 스웨덴어 등은 게르만 언어에 속하지만 이 '게르만 언어' 조차도 시초는 '인도유럽어'에 두고 있지요. '게르만어, 라틴어'와 같은 수많은 파생 언어들을 포함하고 그 어떤 어족(語族)들 보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유럽어'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전에 존재하였다고는 하나 자료가 부족하여 이는 추측에 불과하고 어떤 문자와 언어 체계로 구성되었는지 또한 미지수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과거부터 언어학자와 역사학자들은 머리를 맞대어 초창기 인도유럽어를 재구성하여 만든 언어인 '조어 (protoindoeuropäisch)'의 형태로만이 존재하지요.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인도유럽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언어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중 대표 격이 바로 '발음'에 관련된 변화였습니다.
인도유럽어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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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라틴어계) | 고딕어 (게르만어계) | 현재 영어 (게르만어계) | 현재 독일어 (게르만어계) |
pater (아버지) | faþer (아버지) | father (아버지) | Vater (아버지) |
tres (숫자 3) | þreis (숫자 3) | three (숫자 3) | drei (숫자 3) |
우선 인도유럽어는 문자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 대신 인도유럽계 소속인 '라틴어'와 3가지 게르만어인 '고딕어, 영어, 독일어'를 비교해보면 발음상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초성의 발음 변화인데요. 라틴어 단어인 'pater'의 초성인 'pa-'는 '파열음(Plosiv)'인 것에 반해 다른 3개의 게르만어어들의 초성은 모두 'fa-'인 '마찰음(Frikativ)'으로 발음이 되지요. 그 밖에 '숫자 3'의 라틴어 초성은 't-'로 성대가 진동하지 않는 '무성음(stimmlos)'으로 발음이 되지만 나머지 게르만 언어들의 초성은 모두 성대가 진동하는 '유성음(stimmhaft)'의 형태를 가집니다. 그래서 위에 도표를 통해 게르만어의 특징 두 가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데요:
I. 파열음이 마찰음이 된다 (p → f)
II. 무성음이 유성음이 된다 (t → þ, th, d)
물론 위의 특징 두 가지 외에도 여러 세세한 부분들의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발음의 변화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특징은 '1차 음운 변화 (Erste Lautverschiebung)'로 불리며 독일의 문학도 및 언어학자인 슐레겔(Friedrich Schlegel)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후 '1차 음운 변화'는 아이들 동화로 유명한 독일의 문학도 및 언어학자 '그림 (Jacob Grimm)'과 덴마크의 언어학자인 '라스크 (Rasmus Rask)'가 문법 및 조직화한 공로로 이들의 이름을 따서 '라스크-그림 법칙'이라고도 통상적으로 불리지요. 그리고 이런 특징들을 통하여 인도유럽어에서 독일어의 직계 부모급인 '게르만어'가 파생되기 시작합니다.
2차 음운 변화와 표준 독일어
신기하게도 같은 인도유럽어 계열이라 할 지라도 언어적으로 상당히 많은 고대 자료들이 있는 '라틴어'에 비하여 '게르만어'는 자료면에서 굉장히 빈약합니다. '게르만어'에 대한 문헌들이 있다하여도 소수이고 '언제 무엇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견해들 또한 언어학자에 따라 차이점을 보입니다. 아마 라틴어는 문화 및 국력에서 어마 무시한 괴력을 자랑했던 '로마 제국'의 공용어이었기에 단지 유목민에 불과하였던 '게르만 민족'들이 사용했던 '게르만어'는 이런 이유에서 언어 관련 자료의 양이 차이가 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게르만어'는 '라틴어'와 별개로 각각의 민족들의 풍습과 정서를 반영하여 독일어, 영어, 스웨덴어 등으로 발전해 나아가고 이중 고대 독일어는 '게르만어' 계열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여 '영어, 네덜란드어'같은 경우 문법 체계면에서 고대 독일어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Deutsch', 즉 '독일어'는 'Þeudā'라는 게르만어에서 '민족'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가 되었고 약 7세기경 '고대 독일어 (Altdeutsch)'라는 언어가 새롭게 파생되지요. 7세기경 고대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광활하여 아무리 같은 '고대 독일어'라 할 지라도 언어적 변화를 다르게 받습니다. 그중 대표 격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2차 음운 변화 (Zweite Lautverschiebung)'인데요.
게르만어 | ||
영어 | 저지 독일어(Niederdeutsch) | 고지 독일어 (Oberdeutsch) |
apple (사과) | Appel (사과) | Apfel (사과) |
make (만들다) | maken (하다) | machen (하다) |
7세기경 '독일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났을 무렵 독어권에는 두 가지 큰 지역어, 즉 '저지 독일어 방언(Niederdeutscher Dialekt)'과 '고지 독일어 방언 (Oberdeutscher Dialekt)'이 존재하였습니다. 이 두가지 방언은 나누는 기준은 어휘 외에도 '음운 변화'에 있었는데요. '고지 독일어'같은 경우 일반 게르만어의 파열음 'p'와 'k'가 각각 파찰음(Affrikate)인 'pf'와 마찰음(Frikativ)인 'ch'로 바뀌는 반면에 '저지 독일어'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이런 '음운 변화'를 겪지 않습니다. 이런 '음운 변화'의 여부는 라인강이 흐르고 독일 중·북부에 위치한 '벤라트(Benrath)'란 도시 기준으로 명확하게 갈리는데요.
같은 언어이지만 발음, 어휘, 통사법이 다른 지역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등어선'을 벤라트 도시 기점으로 그을 수가 있는데 이런 '벤라터 등어선(Benrather Linie)' 기준으로 함부르크 같은 도시가 있는 북부 지역은 '저지 독일어'를 등어선 밑에 있는 쾰른, 비엔나 같은 지역은 '고지 독일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인구수, 문화, 군사력' 면에서 고지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우세하였기에 '높다, 고상하다'를 뜻하는 'hoch'라는 독일어 단어를 붙이면서 고지 독일어(Oberdeutsch)가 '고대 표준 독일어 (Althochdeutsch)'로 선정되지요. 그리고 이 고대 표준 독일어는 먼 훗날 '마틴 루터, 슐레겔, 그림 형제'와 같은 독어권 학자들에 의하여 우리가 배우고 사용하는 '현대 표준 독일어 (Neuhochdeutsch)'로 변화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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