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늘의 주제를 세부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아래 우리말 문장을 비교하여 봅시다:
(1) 나는 오늘 공부를 전혀 했어.
(2) 나는 오늘 공부를 전혀 안 했어.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라면 (1)번 문장은 (2)번 문장과 비교하였을 때 듣기에 상당히 거북합니다. 이유는 부사인 '전혀'라는 단어의 여부에 놓여있는데요. (1)번 문장을 우리가 듣기 편하게 하려면 (2)번 문장처럼 말을 하던가 아니면 (1)번 문장에서 '전혀'라는 단어를 배제시키면 됩니다. '전혀'라는 단어 대신에 '당최', '도무지', '결코', '절대' 등의 단어들로 대체해 보아도 (1)번 문장은 여전히 듣기에 부자연스럽고 (2)번 문장은 이에 반해 문제가 없지요. 이러한 특정한 단어들을 문장에서 쓰려면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바로 이 문장은 무조건 '부정문'이어야 된다는 전제가 깔리다는 점인데요. (2)번 문장의 '안 했어'에서 '안-'이라는 부정소의 여부가 옳은 문장을 구성하기 위해 필수조건이 돼야 된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특정한 단어들이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부정문' 또는 부정사가 없는 '긍정문'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들을 '양극성을 띤다'라고 하여 '극어 (Polaritätselement)'라고 부릅니다. 부정문에 오는 극어를 부정극어(Negatives Polaritätselement), 긍정문에만 쓸 수 있는 극어는 자연스럽게 긍정극어(Positives Polaritätselement)라 칭하고 이러한 '극어'는 범언어적, 즉 전 세계 모든 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 하나이고, 독일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3) Ich habe heute überhaupt nichts gelernt. (나는 오늘 공부를 전혀 안 했어)
(4) *Ich habe heute überhaupt gelernt. (나는 오늘 공부를 전혀 했어)
위 독일어 문장에서도 우리말과 동등하게 부사인 'überhaupt (전혀)'가 문장에 온다면 무조건 부정소 'nichts (아무것도) 또는 'nicht (안-)'가 존재하는 문장이라는 점을 염두하여야 합니다. 'überhaupt'라는 단어가 부정극어이기에 (3)번 문장은 옳은 문장이고 (4)번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이 되겠지요.
(5) Die Prüfung war durchaus positiv. (시험은 완전 좋았다)
(6) *Die Prüfung war durchaus nicht positiv. (시험은 완전 안 좋았다)
하지만 (3), (4)번 문장과는 아예 반대로 (5)번 문장과 (6)번 문장을 비교할 시 (5)번이 옳은 문장이고 'nicht'라는 부정소가 있는 (6)번 문장이 틀린 문장이 되는데요. 이유는 'durchaus (완전)'이라는 독일어 부사는 부정소가 없는 '긍정문'에서만 쓸 수 있는 '긍정극어'이기 때문이지요. 한국어에서 '완전'은 부정문이든 긍정문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기에 독일어를 배울 시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니 '매우' 주의해야 됩니다.
(7) Hast du heute überhaupt nichts gelernt? (너 오늘 공부 전혀 안 했어?)
(8) Hast du heute überhaupt gelernt? (너 오늘 공부하기는 했어?)
그럼 (7)번과 (8)번처럼 독일어 부정극어 'überhaupt'가 들어있는 평서문을 질문으로 바꾸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überhaupt'가 부정극어이기에 'nichts'가 들어있는 (7)번 문장은 옳은 문장일테고, (8)번 문장은 이런 부정소가 없으니 틀린 문장같지만, (8)번 문장 역시 이번에는 '옳은 문장'이 됩니다. 다만 (8)번 문장은 의미가 다소 변하는데, 여기서 'überhaupt'는 동사 'gelernt (공부했다)'를 비아냥거리며 강조하는 역할이기에 문법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참고로 'durchaus'같은 긍정극어에서는 평서문이든 의문문이든 문법에는 영향이 없으니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지요. 이 말들을 요약을 해보면:
・평서문 전용 부정극어: überhaupt
・부정극어: sonderlich (특히), beileibe (어쨌든 간에)
・긍정극어: durchaus, ziemlich(꽤), beinahe (거의), etwa (혹시)
위에 열거한 대로 'überhaupt'같은 부정극어들은 '부정소가 없는 의문형'에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sonderlich'에 속하는 부정극어들은 오로지 '부정소가 존재하는 문장'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인데요. 물론 위에 단어들보다 수많은 극어들이 존재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극어들은 상당히 빈번하게 통용되니 독일어로 대화나 글을 작성 시 유의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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