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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리청년의 언어 이야기/언어 이야기

바른말이란 무엇일까?

'언어'는 단순히 발음 기호들로 이루어진 문자열이 아니라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체계들의 집합체입니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특정한 규범에 종속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화와 사회를 반영한다는 의미이지요. 누구나 학창 시절 학교에서  '바른말'의 사용을 권장받은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텐데, 물론 '욕설, 비난, 비속어'와 같은 저속한 말 표현들을 삼가라는 훈육의 목적을 포함하지만 실질적으로 '바른말'이란 개념은 이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통용됩니다.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바른말'은 비속어와 같은 '질 나쁜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뜻'뿐만 아니라 '국어사전에서 정의되지 않은 말을 기피하라'는 의미 또한 포함하지요. 오히려 '권장'을 넘어 '강요'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의 국어 수업 또는 영어와 같은 외국어 수업은 '규칙과 규범'에 치우쳐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바르다'라는 뜻은 '옳다'라는 단어의 동의어로 해석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옳다', 즉 '옳은 말'이라는 정의는 언어학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가 부여한 규범과 규칙에서 비롯된 단어인데요. 물론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은 언어학에서 존재하지만 언어학에서의 '비문'은 단지 '사람이 현재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라는 뜻이지 '사람이 사용하면 안되는 문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문'은 언어학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일축되기에 '옳고 그름'의 문제와는 완전히 별개로 치부되지요. 다시 말해 언어의 사용 여부 또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언어학의 판단에 거하는 것이 아니라 순 사회의 기준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언어의 옳고 그름'을 대표하는 예시 중의 하나가 바로 '표준어'와 '사투리'를 나누는 기준이지요. 

 

언어는 육군과 해군을 가진 사투리다.


 

위에 적힌 인용구는 유대인이었던 언어학자 '막스 바인라이히 (Max Weinreich)'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이 학자가 뜻하는 바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회가 조성한 모종의 강제성을 내포한다는 것인데요. '바른말'이란 학문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규정하고 이를 강제한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바른말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표준어'를 구분 짓는 기준은 언어학적인 또는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지요. 예시로 '서울말'을 우리는 대체적으로  '표준 한국어'로 여깁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과학이 아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인식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인데요. '서울말' 자체도 부산 사투리처럼 경기도 방언의 한 사투리에 불과하지만 이런 '서울말'을 우리가 '표준어'로 착각아닌 착각을 하는 이유는 '교양 있고 고상한 말'이란 선입견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한 나라의 수도일 뿐 아니라 '문화, 경제, 교육, 행정'이 집결되어 있기에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이 쓰는 말 또한 저절로 '교양 있고 고상하다'라고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제주 사투리, 광주 사투리, 부산 사투리'등 다른 방언들이 '서울말'에 반하여 '교양 있고 고상하다' 또는 '표준어'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학적인 또는 과학적인 근거에 두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학자 바인라이히가 말한 대로 단지 서울이라는 지역이 지니고 있는 권력이 다른 지역들을 압도하기에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즉, 하나의 언어가 품고 있는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기준이 바뀌고 우리들이 판단하는 기준 또한 학문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기반한다는 말이지요. 또 하나의 다른 경우를 살펴보면 '중국어'가 있습니다. 중국어에서 '객가어, 광둥어'는 발음, 어휘, 통사법이 모두 다르지만 '중국 방언'이라고 칭하는데요. '객가 중국어, 광동 중국어'의 언어적 차이는 유럽 로망스어파의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구분 짓는 차이에 버금가지만 중국에서 '객가어, 광둥어'는 단지 사투리에 불과합니다. 동일한 언어적 차이를 보이지만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모두 한 나라의 표준어이자 '용어'로 인정되는 것에 반하여 '광둥어, 객가어'는 '표준 중국어'와 극심한 언어적 편차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언'으로 표기되지요. 이렇게 어떤 언어는 '방언'으로 또 어떤 언어는 '표준어'로 인정하는 기준의 중심에는 '사회의 가치 판단'이 있다는 뜻입니다. 막말로 만약 객가어를 쓰는 지역이 중국 전체에 준할 정도로 '사회적인 권력과 위치'를 지니고 있었다면 객가어는 아마 단순한 중국 사투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어, 스페인어'처럼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공용어, 표준어'로 불렸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표준어와 사투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학문적인 근거보다 특정 집단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에 치중을 둔다"라는 담론은 우리의 일상에도 적용이 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무엇에 대한 또는 어떤 인물에 대한 가치를 본질에 둔다기보다 단지 눈에 보이는 단면적인 요소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서울말'이 '제주말, 부산말, 광주말' 보다 그 어떠한 우월한 언어적인 특징 없이 단지 사회에서의 위치가 높다라는 이유만으로 '표준어'로 착각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우리가 판단하는 기준이 그 사람이 가진 본질적인 '실력과 인성'보다 사회에서의 '명성과 지위'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