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을 전공하면서 제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어느 나라 말 공부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독어독문학'같이 이름에서부터 이것이 무엇에 관한 학문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반면 '언어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무슨 학문인지는 대충 알듯싶지만 대부분 '어문학'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한국어, 독일어, 영어, 일본어 등 하나의 특정한 언어를 배우고 이 언어에 속한 문화와 문학을 겸비하는 학문을 '어문학(Philology)'이라 한다면 '언어학(Linguistics)'은 '언어'라는 인간의 고유 능력을 '자연 체계 (natural system)'중 일부로 보고 '특정 하나의 언어'에만 치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서로 비교하여 언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각각의 '특징과 작용'을 묘사하고 분석하는 학문인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아래의 예문을 통하여 언어학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I am Minsu.
I. 음성학 & 음운론
만약 우리가 위에 영어로 적힌 글귀를 누군가에게 말로 표현하려 한다면 이에 따른 적절한 '발음'이 우선이 되야겠지요. 어떠한 글귀 또는 문자를 '발음'한다는 것은 우리가 적재적소에 '성대, 치아, 혀, 코, 입'과 같은 특정한 발음 기관들을 조절하여 알아들을 수 있는 어떠한 '음(phon)'을 만들어 내는 행위인데요. 사람의 발음 기관을 통하여 만들어진 이런 '음'들은 고유의 '음량 (volume)'과 '음정 (frequency)'을 지니고 우리의 청신경을 자극하여 뇌로 전달되어 인지하게 됩니다. 특정 발음 기관을 통하여 특정한 음량 및 음정을 만들어 내는지를 "[aɪ æm mɪnsu]"와 같이 전 세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발음 기호'들로 표시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발음 기관들로 인하여 생성된 '음'들이 어떻게 들리고 인지하는지를 설명하는 분야를 언어학에서 '음성학(Phonetics)'이라 부르지요.
만약 위에 있는 영어 문장에서 'I' 대신에 'You'로 발음을 한다면 완전히 다른 뜻과 다른 문장이 되는데요. 'I'라는 글자와 'You'라는 글자를 각각의 고유 '발음'을 통하여 다른 의미로 서로 구분 짓게 만드는 요소를 우리는 '음소(phoneme)'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I'라는 발음과 'You'라는 발음 또한 각각 고유의 '음소'들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의미로 해석되지요. 이런 자음을 구성하는 '음소'와 모음을 구성하는 '음소'가 모이면 '뭉쳐진 말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음소들로 이루어진 뭉쳐진 말소리'를 우리는 '음절(syallable)'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음소'와 '음절'을 중심으로 배우는 분야를 언어학에서는 '음운론(Phonology)'이라 부르지요. 쉽게 말해서 "말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는 가?"에 대하여 공부하는 분야가 '음성학'이라면 "말소리가 의미를 어떻게 구분 짓는가?"에 대한 분야는 '음운론'이라 보면 될 듯 싶습니다.
II. 형태론 & 통사론
발음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겠지요. 하지만 단지 하나만의 '음'으로는 우리의 의사를 완벽하게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발음을 통하여 여러 개의 다양한 '음'들로 구성된 '낱말(word)'을 만들어 내는데요. 위의 영어 문장은 'I', 'am', 'Minsu'라는 3개의 낱말로 이루어져 있고 이러한 각각의 낱말들은 본인만의 고유의 뜻과 역할을 지닙니다. 'I'와 'Minsu'라는 낱말은 인칭대명사 '나'와 고유명사인 '민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에 'am'라는 동사는 '~이다'라는 뜻 외에도 '문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요. 'be'라는 영어 동사에다가 '일인칭 단수와 현재형 시제'라는 문법적인 역할을 부여시키면 'am'이라는 낱말로 변형되지요. 이런 '특정한 뜻을 내포하고 문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낱말'들을 우리는 '형태소(morpheme)'라고 칭하고 이런 '형태소'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를 언어학에서는 '형태론(Morphology)'이라 부릅니다.
'I am Minsu'라는 글귀를 구성하는 각각의 형태소들은 서로 모이고 모여서 특정한 '낱말들의 배열', 즉 '문자열'을 만들어 내지요. 그리고 이러한 '여러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문자열'을 우리는 '문장(sentence)'이라고 부르는데요. 위에 있는 영어 문장을 구성하는 낱말들은 본인만의 '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I'라는 낱말과 'am'이라는 낱말의 위치를 바꾸어서 'am I Minsu'라는 문장을 만든다면 본래의 문장과는 다른 뜻으로 해석이 되는데요. 'I am Minsu'라는 평서문에서 똑같은 낱말을 단지 위치만 바꾸었을 뿐인데 단번에 'am I Minsu?'라는 의문형으로 변형되게 되지요. 문장에서 '첫 번째 자리', '두 번째 자리', '세 번째 자리' 등 고유 위치에는 특정한 낱말, 즉 형태소만이 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am'이라는 낱말과 'Minsu'라는 낱말의 위치를 바꾼다면 'I Minsu am'이란 기괴하고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 생성되지요. 이 말인즉슨, 아무리 똑같은 낱말들이라도 임의대로 배열한다면 문장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던가 아니면 해석이 불가능하게 되지요. 문장에서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등의 위치는 각각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여기에 배치될 수 있는 낱말들을 선정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어에서 옳은 문장이 영어에서는 틀린 문장이 되는 것처럼 한 문장의 특정한 자리에 어떤 낱말들이 어떻게 배치되는 가는 세계에 있는 언어마다 각각 다르지요. 그리고 이렇게 '한 문장이 가지고 있는 자리의 역할'을 분석하는 분야를 언어학에서 '통사론(Syntax)'이라고 부릅니다.
III. 의미학
우리가 발음을 통하여 특정한 낱말들을 생성한다면 한 가지 절차를 밟을 수가 있습니다. 바로 '해석(interpretation)'이라는 단계인데요. 윗 영어 문장에서 고유의 발음으로 생성된 'I'라는 낱말과 'Minsu'라는 낱말은 '나'와 '민수'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이렇게 '나', '민수'와 같은 낱말, 즉 '스스로 의미를 표현하는 형태소'들을 우리는 '어휘소(Lexeme)'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어휘소의 특성을 분석하는 분야를 '어휘 의미학 (Lexical Semantics)'이라고 정의하지요. 스스로 의미를 지니는 낱말인 어휘소들은 서로 조합하여 또다시 새로운 의미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데요. 만약 'I'와 'Minsu'라는 두 가지의 어휘소들로만 말을 한다면 상대방이 올바르게 해석하는데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것이 "나는 민수"라는 뜻인 건지 "나는 민수가 아니"라는 뜻인 건지 해석이 불분명하게 되지요. 하지만 어휘소와 여타 다른 형태소들을 적절하게 조합하고 배치한 문장을 만든다면 이런 불분명의 여지는 없어지게 됩니다. 'I'와 'Minsu'라는 어휘소는 문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소 'am'을 만나 'I am Minsu', 즉 '나'라는 개체가 '민수'라는 개체로 해석이 가능한 '나는 민수다'라는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여러 어휘소와 문법적인 형태소들로 이루어진 문장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분야를 언어학에서 '통사 의미학(Syntactic Semantics)'라 부르는데요. '통사 의미학'이란 분야는 의미학의 꽃으로 불리며 '올바른 발음으로 생성된 낱말들을 적재적소에 배열하여 만든 문장을 올바르게 해석한다'라는 전제에서 다른 언어학 분야뿐만 아나리 '논리학을 다루는 수학'에서의 조예 또한 필요로 하기에 언어학에서 가장 복잡한 분야로 여겨집니다.
'언어학'은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제 전공이자 언어학의 핵심이라 불리는 '일반언어학 (General Linguistics)'을 다루는데요. '일반언어학' 외에도 '사람의 말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주제로 언어학과 인문학을 합친 '사회언어학 (Sociolinguistics)', '사람의 뇌와 언어 습득'을 주로 배우는 '인지언어학 (Cognitive Linguistics)' 그리고 '언어 장애와 치료'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병리언어학(Patholinguistics)'등 다양한 분야로 분류가 됩니다. '언어'라는 객체는 단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서 사회와 문화에도 막대한 역향을 끼치기에 '언어학'이란 학문은 '인문학, 사회학, 역사학, 뇌과학, 심리학' 등 수많은 여타 다른 학문들의 접점에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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