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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리청년의 언어 이야기/독일어 이야기

독일어의 재귀동사를 알아보자

상당수 인도유럽어에 속하는 언어들은 수동형의 뜻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동사의 형태가 존재합니다. 문장의 주어가 마치 무엇으로부터 강요를 받아 행동하는 의미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어가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동사가 존재한다는 뜻인데요. 이를 우리는 '재귀 동사 (Reflexive Verben)'라고 부릅니다. '재귀'라는 단어 자체가 '다시 어딘가로 돌아온다'를 의미하는데, 직역을 하자면 문장의 동사가 반영하는 대상이 '제 3자'에서 '자기 자신 (주어)'으로 돌아온다로 해석된다는 뜻이지요. 아래의 문장을 살펴보면:

(1) Minsu wäscht seinen Welpen.
    민수는 자기네집 강아지를 씻긴다

(2) Minsu wäscht sich.
    민수는 (자기 자신을) 씻는다.

'씻긴다'를 뜻하는 'wäscht (원형 waschen)'는 '강아지'라는 제 3자를 반영할 수도 있고 '민수'라는 자기 자신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1)번 문장의 직접 목적어는 'seinen Welpen (자기네집 강아지)'를 나타내고 (2)번 문장의 직접 목적어는 'sich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요. (2)번 문장처럼 동사가 요구하는 직접 목적어가 '자기 자신'이기에 'waschen'이란 동사는 재귀동사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2)번 문장의 직접 목적어 'sich'를 우리는 '귀대명사 (Reflexivpronomen)'라고 칭하지요. 

(3) Minsu befindet sich im Zimmer.
    민수는 방에 (위치해) 있다. 

(4) * Minsu befindet seinen Welpen im Zimmer (비문)

독일어의 재귀 동사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특정한 동사가 있는 문장에서는 'sich'와 같은 재귀 대명사가 필수적으로 사용되야만 한다는 점인데요. (3)번 문장의 동사 'befindet' (원형 befinden)은 '~에 위치해 있다'라는 뜻으로 'waschen'이란 동사와 마찬가지로 재귀 대명사 'sich'를 문장에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waschen'과 'befinden'이란 이 두 동사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waschen'이란 동사는 재귀 대명사의 사용이 '선택'인데 반하여 'befinden'이란 동사한테는 '필수'입니다. 즉, 'befinden'이란 동사를 포함한 문장에서 재귀 대명사 'sich'를 지워버리면 문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는 (3)과 (4)번 문장에서 이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데, 만약 (4)번 문장처럼 'sich' 대신에 'seinen Welpen (지네집 강아지)'라는 직접 목적어를 사용하면 졸지에 틀린 문장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말에서도 '지네집 강아지를 위치해 있다'라는 문장이 비문인 것처럼 독일어도 이런 문장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재귀 대명사를 써야만 하는 동사를 우리는 순수 재귀 동사라는 뜻에서 ' 재귀동사 (Echtes reflexives Verb)'라 부르고 'waschen'과 같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동사를 ' 재귀동사 (Unechtes reflexives Verb)'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waschen'과 같은 동사들은 직접 목적어로 'sich' 또는 'seinen Welpen'을 선택적으로 쓸 수 있기에 '가 재귀동사'에 포함되고 'befinden'은 직접 목적어로 오로지 'sich'만을 사용할 수 있기에 '진 재귀동사'에 속합니다.

참고로 'waschen'과 같이 타동사 (transitives Verb)라 불리고 직접 목적어를 요구하는 독일어 동사는 대부분 재귀 동사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독일어 사전에서 찾고자 하는 동사 옆에 '재귀동사', 'refl.' 또는 'reflexiv'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면 이 동사는 재귀 대명사를 무조건 사용해야만 하는 '진 재귀 동사'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