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지리청년의 언어 이야기/독일어 이야기

오스트리아 독일어 [언어편]

독어권에는 대략 20가지가 넘는 사투리들이 존재합니다. 이 중 오스트리아에만 각 지방에 따라 7개의 분류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수도 빈에서 사용하는 ' 사투리 (Wienerisch)'를 필두로 '버외스터라이히 사투리 (Oberösterreichischer Dialekt)', '랄베르크 사투리 (Vorarlbergisch)', '타이어마크 사투리 (Steirischer Dialekt), '른튼 사투리 (Kärntner Dialekt)',  이렇게 총 5가지의 사투리들은 서로 어법상 차이가 명백한 것에 반해 나머지 '더외스터라이히 및 롤 사투리'는 각각 빈 사투리와 포랄베르크 사투리와 몇 가지 어휘나 발음 차이 외에는 상당 부분 비슷합니다.  이런 오스트리아 사투리들을 자세히 알아보기에는 지극히 많은  시간을 요하고 독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공감대의 형성 또한 어렵기에 우선 이 7가지의 사투리들을 아우르는 표준 '오스트리아 독일어 (Österreichisches Hochdeutsch)'의 기본적인 언어적 특징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 표현

 

우선 모든 독어권에서는 '15분'을 표현하는 단어로 'Viertel (4분의 1)'이라는 분수를 사용합니다. 1시간이 60분이니 이를 4로 나누면 15분이 된다는 논리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 방법인데요. 하지만 독일 독일어와 오스트리아 독일어는 특정 시간을 나타낼 때에 'Viertel'이라는 분수의 위치를 다르게 합니다. 표준 오스트리아 독일어 중 만약 '몇 시 15분을 표현 할 경우 시 단위에 1을 더하고 이 앞에 'Viertel (4분의 1)'이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Viertel vier (3시 15분) = 오스트리아 독일어
Viertel nach drei (3시 15분) = 독일 독일어

'vier'는 원래 '4시'를 뜻하는 단어인데 이 앞에 'Viertel (4분의 1)'이라는 분수를 붙이면 '4시 중 4분의 1만 찼다'라는 개념으로 '3시 15분'을 가리키는데요. 이는 '15분이 지난 (Viertel nach) 3시 (drei)'로 표현하는 독일 독일어와 비교할 시 굉장히 헷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일어를 '독일식 독일어'로 배우기에 오스트리아에 처음 와서 가장 많이 틀리는 점이기도 하지요. 이와 비슷한 논리로 만약 '3시 45분'을 표현하고 싶다면 

dreiviertel vier (3시 45분) = 오스트리아 독일어
Viertel vor vier (3시 45분) = 독일 독일어

위에 적혀있는대로 '4시 중 4분의 3만 찼다'라는 의미로 'dreiviertel (4분의 3)'이라는 수식어를 오스트리아 독일어에서 붙이는 반면 독일 독일어는 '4시 15분 전'이라는 뜻에서 'Viertel vor (15분 전)'를 시 단위 앞에 붙입니다. 아마 15분과 관련된 오스트리아식 독일어 표현은 독일 동남부에 위치한 '바이에른 지방'에서도 사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오스트리아처럼 표준어로 인식되지는 않는 듯싶습니다.

 

  과거형 시제

 

독일어에서는 (현재 완료인) 과거를 표현할 때  'sein' 또는 'haben'이라는 조동사를 상황에 따라며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데요. 이를 나누는 기준은 '상태 변화 또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의 과거 시제를 만들 시 대체적으로 'sein'이라는 조동사와 함께 쓰이고 그 외에 것들은 'haben'이라는 조동사를 필요로 합니다만 이러한 분류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아래와 같은 차이를 보입니다:

Ich bin gesessen (나는 앉았다) = 오스트리아 독일어
Ich habe gesessen (나는 앉았다) = 독일 독일어

위 보기처럼 과거 시제를 표현할 때 오스트리아 독일어는 'sein' 동사의 변형형인 'bin'을 쓰는 반면 독일은 'haben'동사의 변형형을 사용하는데요. 오히려 '앉다(sitzen)'의 과거형인 '앉았다(gesessen)'는 사람의 움직임을 나타내기에 오스트리아식 독일어가 더 논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 외에도 'können, dürfen, wollen, müssen'등의 화법 조동사의 과거형을 만들 시 

ich habe es nicht können (할 수 없었다) = 오스트리아 독일어
ich habe es nicht gekonnt (할 수 없었다) = 독일 독일어

위 예시처럼 'können (할 수 있다)'의 형태는 아무리 과거형이라도 오스트리아 독일어에서는 변하지 않는 반면에 독일 독일어에서는 과거 분사형인 'gekonnt'를 주로 사용합니다.

 

  호칭

 

아마 오스트리아에서 어느 정도 공부와 생활을 해 본 사람인 경우 사람을 부를 때 사용되는 호칭에서 독일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대학을 졸업하면 '학사 (Bachelor), 석사 (Magister), 박사 (Doktor)'라는 학위를 받고 이런 학위를 오스트리아에서는 본인 이름 앞에다가 자세히 명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어떠한 사람이 대학에서 석사를 졸업하였을 경우 'Mag. Kim' 처럼 'Kim'이라는 성 앞에 석사 학위를 나타내는 'Mag.'를 붙이는데요. 누군가를 호명할 경우 'Herr Mag. Kim'처럼 존칭 'Herr/Frau (~씨)'에 학위를 덧붙여서 '석사 누구누구 씨'로 한다는 특이한 점이 오스트리아에는 존재합니다. 이는 스위스와 독일처럼 단순히 '누구누구 박사, 누구누구 교수'라는 호칭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반하여 오스트리아는 독어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박사 (Dr.), 석사(Mag.), 공학도 (Dipl. Ingenieur), 교수 (Prof.)' 등의 학위들을 공식적이고 형식적인 자리에서 호칭으로 사용합니다. 이런 계기로 '학위(Titel)'와 '직위(Berufsbezeichnung)'가 약 1000가지가 넘습니다. 이렇게까지 학위 호칭에 의를 두는 이유는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이 현재 동유럽의 절반 가까이를 지배했을 당시 제국 면적이 극히 넓은 관계로 행정의 편리함을 위하여 '위계질서 (Hierarchische Ordnung)'를 조성하였기 때문이고 여타 유럽 국가들보다 '학자'들의 권위를 매우 중요시 여겼기에 이런 문화가 현재까지 전해짐에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현재는 이런 학위/직위를 덧붙인 호칭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그래도 빈번합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하면 이름 앞에 여러 개의 학위/직위가 붙는 관계로 가끔씩 이름 한번 듣는 데까지 오래 걸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지요.

발음을 'a'는 'o'로, 'b'는 'p'로 한다던지, 관사 'die Zwiebel' (양파)를 'der Zwiebel'로 한다던지 하는 어휘와 발음에 관련해서는 동일 언어를 공유하는 나라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일부로 다루지 않았는데요. 문제는 이런 오스트리아 독일어가 '인구수와 영향력'면에서 바로 윗 나라 독일에 열세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스트리아 독일어는 '표준 독일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첨부한 링크에서 보다시피 과거에는 '표준어'에 대하여 실질적으로도 독어권에서는 논란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독어권에서 '오스트리아 독일어'는 '독일 독일어'와 마찬가지로 표준어로 인정합니다. 이는 마치 한국의 '한국어'와 북한의 '조선말'처럼 언어는 같지만 '표준어'를 정하는 기준이 다른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보면 될 듯싶네요.

2021.09.18 - [오지리청년의 언어 이야기/독일어 이야기] - 오스트리아 독일어 [역사편]

 

오스트리아 독일어 [역사편]

독일어는 '고지 독일어 (Oberdeutsch)'와 '저지 독일어 (Niederdeutsch)'라는 두 가지 큰 분류로 나뉘고 이 두 가지 방언에 속한 지역어 (사투리) 또한 약 20가지가 넘습니다. 16세기 루터의 영향으로 이 두

austriangu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