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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소식

<오스트리아 소식>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발언 논란

<오스트리아 소식>

근래 가장 떠오른 화젯거리 중 하나는 바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는 기사일 겁니다. 미국으로부터 20년 가까이 재정 및 국방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는 심한 부패로 극단적 이슬람 테러 무장단체인 '탈레반'에게 재차 정권을 넘겨주게 되었지요. 이로 인하여 현재 아프간은 재정, 치안뿐 아니라 '국가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고 혼비백산에 빠진 아프간 국민들 중 상당수는 어떻게든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태를 놓고 벌인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의 발언이 오스트리아내에서 크나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판 데어 벨렌 (Van der Bellen) 대통령이 아프간 난민들을 수용하라는 목소리를 높이다'라는 글귀로 오스트리아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데어스탄다드(Der Standard)'는 최근 기사를 올렸습니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 알프바흐(Alpbach)란 도시가 개최한 유럽 포럼에 초청받은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포럼에서 가장 뜨거운 논제 중 하나였던 '코로나 백신'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자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가난한 국가들이 "접종을 받을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알프바흐 회의 중

그리고 백신 관련 주제는 곧 바로 탈레반 이야기로 진환되었고 이에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현 아프간 사태를 놓고 한 기자와 인터뷰 중 대통령 본인은 "본국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법적, 도의적, 정치적인 의무 (rechtliche, moralische und politische Verpflichtung)가 오스트리아 포함 모든 EU 국가들에게 있는 것 같다"라면서 그중 "EU 국가를 위하여 일한 여성과 여자아이들(Frauen und Mädchen)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쿠르츠 총리와 의견 대립

대통령 본인은 쿠르츠 총리 말대로 오스트리아가 이제까지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한 것은 인정하지만 몇명을 받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Das ist irrelevant)"며 쿠르츠 총리의 난민 수용 반대 의견에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어 100, 500 또는 1000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정을 수용하는 것쯤은 충분하다면서 쿠르츠 총리가 지적한 "오스트리아 내에서 일어나는 아프간 난민들의 융화 문제(Integrationsprobleme)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진술하였습니다. 이어서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내에서 대부분의 아프간 난민들은 올바른 생활을 한다면서 쿠르츠 총리 말대로 오스트리아가 온전히 난민을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적극적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말투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하는 오스트리아 대통령

오스트리아는 오늘날까지 대략 4만4천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근 10년 동안 수용해 왔습니다. 이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수치인데요. 이러한 적극적인 '난민 환영 운동'의 중심에는 현 집권당인 '민당(ÖVP)'과 연립 정당인 '생당(Grüne)'이 있었습니다. 허나 수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및 이슬람 이주민 2세 자녀들이 사회 부적응과 비동화적인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이자 국민당과 쿠르츠 총리는 이번 탈레반 사태에 보수적으로 의견이 전환되었는데요. 이러한 태세 전환에 극진 좌파성을 띠는 녹생당과 이 당 출신인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의견을 달리 했습니다. 올 7월 아프간 망명 신청자들로부터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집단 범죄가 일어난 후로부터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이슬람 난민과 망명 신청자'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라아 대통령의 난민 관련 발언은 국내에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요. 물론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기는 하나 일개 시민도 아니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가장 민감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와중에 저런 발언을 어떠한 대책 마련없이 공적인 자리에서 내뱉는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가 상당히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