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소식>
2021년 10월 9일부로 오스트리아 행정부에 재직 중이던 쿠르츠 총리는 부패 혐의로 사퇴하였습니다. 지난 2019년에 스페인 이비사 섬에서 일어났던 비리 사건에 대한 거짓진술과 더불어 '언론을 통제하여 설문 조사를 조작한 혐의'와 '오스트리아의 산업 관련 공기업(ÖBAG)에 세금 과잉 투자 혐의'로 점점 여론이 오스트리아 내에서 악화되고 있었는데요. 이는 올 10월 특검이 총리실을 비롯하여 재무부와 쿠르츠의 본가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까지로 번졌습니다. 현재 대표적으로 '배임, 세금 횡령, 여론 조작' 이 3가지 죄목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국민당(ÖVP) 소속의 쿠르츠 총리는 지금까지 연정 정당으로서 오스트리아의 행정부를 공동으로 이끌었던 녹색당(Die Grünen)에게도 손절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쿠르츠가 사퇴하면서 현재 유럽 국제 사무부 장관이자 같은 국민당 소속의 샬렌베르크 장관에게 총리직을 위임하였고 이를 대통령과 녹색당에서 승인하면서 현재 오스트리아의 총리는 샬렌베르크로 다음 총선 때까지 이어질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쿠르츠의 총리직을 본인 정당 소속의 장관에게 위임하는 것에 대한 승인이 마냥 녹색당에게 이익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거라고 언론은 이야기하는데요:
이러한 녹색당의 결정에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일간지 '데어슈탄다드(DerStandard)'는 몇 가지 의문점을 던집니다. 물론 쿠르츠가 몸담고 있는 국민당(ÖVP)의 입지가 좁아짐으로써 아무리 똑같은 정당 출신의 장관이 총리직에 부임한다 할지라도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하여 현재 연정 정당인 녹색당(die Grünen)의 영향력이 행정부 내에서 강해지기에 본인들의 정책을 펼치면서 민심을 얻기 위한 적시(適時)이기는 합니다. 이에 더하여 국민당 또한 이제까지 본인들 정당의 유일무이한 '간판'이었던 쿠르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발언권이 졸지에 세진 녹색당이 쿠르츠의 사퇴를 본인들의 추후 정권 장악을 위한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험성 또한 매우 높다면서 일간지는 의구심을 나타냅니다.
우선 쿠르츠 총리는 단지 총리직을 그만둔다는 것이지 본인이 아예 정계를 떠난다는 의미가 아닌데요. 아직까지도 국민당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쿠르츠이기에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국민당의 당대표로 재직할 예정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쿠르츠 총리에게 부여된 죄목들이 모두 무혐의로 밝혀지면 연정 정당인 녹색당의 발원권이 강해지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으로 이는 곧바로 쿠르츠의 녹색당에 대한 복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인데요. 심지어 녹색당 내에서도 쿠르츠는 녹색당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녹색당이 추진하고 있는 세금 관련 정책에도 국민당과 쿠르츠가 분명히 방해공작을 펼칠 것이기에 쿠르츠를 배신한 녹색당이 쿠르츠와 국민당의 복수로 더 이상 '연정 정당(Koalitionspartner)'으로서 위치를 유지하기도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쿠르츠 총리가 사퇴하기 직전까지 녹색당은 사회당(SPÖ), 신흥당(Neos) 그리고 이제까지 눈엣가시로만 여겨졌던 자유당(FPÖ) 또한 공세하여 쿠르츠를 끌어내리고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국민당(ÖVP)에게 피해를 주려는 계략을 공모하였습니다. 이밖에도 녹색당, 사회당, 신흥당, 이 3당 사이에서 녹색당이 현재 밀고 있는 세금 개혁에 관한 토론 역시 총리 사퇴하기 하루 전 국회에서 오고 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쿠르츠가 무혐의로 풀려나고 국민당 당대표로 복직하면 이러한 녹색당의 개혁안이 물거품이 돼버리고 이는 다른 정당들에게도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 되기에 다른 당으로부터도 국회에서 신임을 받기는 더더욱 불가능해집니다. 이에 더해 녹색당은 살아남아야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돌아오는 화요일에 있을 국회 본회의에서도 국민당의 편에 서서 다른 야당들의 안건들을 반대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일간지는 설명하는데요. '현 재무장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 '쿠르츠의 여론 조작과 관련하여 조사위원회(Untersuchungskommission) 설립'과 같은 원래 야당의 안건들을 녹색당은 적극 지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하는지라 녹색당보다 3배의 의원수를 자랑하는 거대 집권 여당인 국민당의 더 큰 노여움을 피하기 위하여 이런 안건들을 부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일간지는 논평합니다.
쿠르츠 총리가 사퇴하면서 본인 당 소속의 장관을 총리로 위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녹색당이 승인한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엔 쿠르츠 총리가 분명히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을 내린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본인들의 예상이 들어맞으면 아무리 국민당이 의원수가 많다 하더라도 민심이 녹색당으로 돌아서기 때문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국민당을 좌지우지 하기 충분하다고 느끼다는 말이지요. 한편 국민당은 쿠르츠 총리의 무혐의에 더욱 치중을 두는데 이를 반증하듯 사퇴하는 쿠르츠를 국민당에서도 당대표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어제의 동료가 하루아침의 적으로 돌변한 쿠르츠와 녹색당 사이에서 앞으로 벌어질 검찰 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현재 오스트리아의 정권을 잡고 있는 국민당과 녹색당의 미래가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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