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 이야기/오스트리아 정보

<오스트리아 정보> 모차르트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오스트리아 정보>

얼마 전, 한국 소식을 접하다 굉장히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중국의 '김치' 발언에 관한 기사였는데요.

줄이자면, 김치는 원래 중국의 장아찌 '파오차이'로부터 기원했고 이래서 조리법 또한 똑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중국이 든 근거들 중에 하나가 바로 '배추'의 기원인데, 배추라는 채소 자체가 과거의 중국 본토에서 나왔기에 배추를 재료로 하는 김치는 중국이 원조라고 하는 주장이었지요.
(이 논리라면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인데 그럼 우리 모두 아프리카 사람...?)

이런 '헛소리'를 접하고 화가 아니라 너무 웃겼습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웃어봤던 것 같네요 ㅎㅎ
(이래서 한국 예능이 요즘 별로 재미가 없구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런 '역사왜곡'. '영토 주장'. '문화재 원조'등은 전 세계 어디서든지 찾아볼 수가 있는데요.

단지 몰상식과 무지해서만이 아니라 '사, 화, 김새'가 비슷하고 공유하는 인접 국가이기에 저절로 생기는 '숙명'같은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과의 '김치 논란'처럼 오스트리아 또한 인접 국가와의 '문화재'관련 분쟁이 수없이 많았는데요.

그중 대표급이 우리한테 친숙한 궁중음악가 겸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8세기 중반에 태어나 음악 신동 및 천재라고 불리며 우리에게 수많은 잘 알려진 작품들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우리나라에선 이 청년(?)을 오스트리아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이용하는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도 국적이 '오스트리아'라고 되어있는 것이 보이실 텐데 이는 네이버 외에도 다른 백과사전이나 정보 사이트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모차르트 국적에 관련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나라들이 이렇게 인식하고 있지요.


허나, 이를 정면에서 시비 거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독일'입니다


그리고 독일은 다음과 같은 2가지 이유를 들어서 반박하는데요.

 

  사적 배경

 

모차르트의 출생지는 아래의 사진과 같이

 

오스트리아 지도 중 잘츠부르쿠(Salzburg) 지방 (붉은색)

현 오스트리아 서쪽에 위치해 있는 지방 '잘츠부르크'인데요. 모차르트 말고도 '라벨 정원(Mirabellgarten)'같은 명소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가는 유명 관광지 중에 하나이지요.

그러나 모차르트 국적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은 바로 이 지방에 있습니다.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루퍼트 폰 잘츠부르크 주교 (Bischof Rupert von Salzburg)

 

'잘츠부르크'이라는 지방은 원래 7세기 말에 '이에른 대공국' 출신의 '퍼트 주교'란 사람이 건국한 새로운 '대주교국'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말만 '대주교국'이지 실제론 바이에른 대공국의 지방이나 다름없었지요.

바이에른 대공국 (붉은색)

 

참고로 지금은 독일 동남부에 있는 한 자치 지방이지만 바이에른 대공국 또한 7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자주적인 국가였습니다.

14세기에 잘츠부르크 대주교국은 바이에른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되고 14세기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자주적인 국가로 활동합니다.

이 말인즉슨, 잘츠부르크 역시 바이에른 대공국처럼 다른 나라와 무관한 독립국가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안타깝게도 19세기 초반 프랑스 나폴레옹한테 뒤지게 처맞은(?)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에 '구조요청'을하지만 오스트리아 역시 뒤지게 처맞습니다.

이로 인해 잘츠부르크는 '독립적인 자주국'이란 주권을 상실하게 되고 뽕이란 뽕은 다 뽑은(?) 프랑스는 "옜다, 가져라' 하면서 잘츠부르크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한테 던져 줍니다.

그리고 1816년, 즉 19세기 초반에 잘츠부르크는 온전히 오스트리아령으로 들어오게 되지요.

모차르트는 18세기 중반에서 태어나 18세기 후반에 죽었으니 잘츠부르크 대주교국 사람이겠지요?

물론, 후에 오스트리아령으로 잘츠부르크 대주교국이 편입되긴 하였지만 모차르트가 살아있을 당시 잘츠부르크는 엄연한 '독립국가'였습니다.

즉, 모차르트의 출생과 사망이 '자주적인' 잘츠부르크로 되어있으니 순 오스트리아 사람으로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아 있겠군요.
(모차르트가 25년만 더 늦게 죽었어도 반박 불가 완전한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버지의 국적

 

독일이 우리한테 두 번째로 제시한 근거는 바로

모차르트 아빠 레오폴드 모차르트 (Leopold Mozart)


당시 이름난 작곡가이자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 차르트'가 바이에른 대공국의 아우크스부르크 (Augsburg) 출신이라는 점인데요.

18세기 당시 '출생지주의 (Blutrecht)'를 따랐던 잘츠부르크는 아무리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잘츠부르크 국적이 아닌 이유로 태생부터 잘츠부르크 사람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초창기엔 이로 인해서 모차르트 본인도 소년기의 자신을 '바이에른' 사람으로 부르지요.

그 후에 점차 잘츠부르크에서 경력을 쌓은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국적이 되고 바로 이어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음악가로 활동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고 심지어 빈 황실에서 궁중 음악가로도 활동하였으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시민권을 받았다"라는 건데, 이는 단지 추측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이 당시 18세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내에선 공식적인 '민권 제도'가 없었거든요.
(오히려 영주권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겠네요)

이 말인즉슨,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잘츠부르크 또는 바이에른 음악가'라고 간추릴 수 있겠네요.



앞서 말씀드린 2가지 이유로 독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반박을 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독일 사람들한테 "모차르트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물어보면 무식하다면 '독일 국적', 유식하다면 '잘츠부르크' 사람이라고만 답변합니다. 즉, 절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안 해요 ㅎㅎ

마지막으로 저는 뭐 물론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으니 어쨌든 저쨌든간에 모차르트를 당연히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여겨야'만' 되겠지만요 ㅎㅎ